2024.05.01 (수)
❏제76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추념광장에서 유족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이번 추념식은 제주4·3의 정신을 일깨우고, 평화의 씨가 날아 곳곳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해져 슬픈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불어라 4·3의 봄바람, 날아라 평화의 씨’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4·3 생존희생자 및 유족, 제주도민, 정부 및 정당 관계자 등 1만 여명이 참석했으며, 주요 내빈의 절반 이상이 고령 유족과 생존희생자로 추념식의 뜻을 더했다.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고기동 행안부 차관, 이상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 송두환 국가인원위원회 등이 참석했다.
❍또한 재외제주도민회 총연합회를 비롯한 서울·인천·부산·광주·경남 등 지역도민회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참석했으며, 전국 17개 시도지사협의회 교육감도 제주4·3의 기억과 정신을 함께 공유했다.
❍올해 76주년 추념식에서는 경과보고, 유족 사연 등 행사 전반에 미신고 희생자 추모, 4·3의 명예회복과 실질적 피해 및 가족관계 회복,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원 등의 의미를 담아냈다.
❏추념식은 식전행사와 본행사로 진행됐으며, 오전 8시 40분 종교의례와 추념시 낭송, 제주도립 제주예술단과 시립합창단의 합동공연 등 식전행사가 진행됐다.
❍제주여자고등학교 김지원 학생은 4·3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지만 조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아픔을 공감하며 쓴 추념시를 낭송하며 전 세대가 4·3을 함께 기억하고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오전 10시 정각에는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려 4·3영령을 함께 추념했다.
❏추념식 본행사는 △묵념 △애국가 제창△인사말 △제주4·3 경과보고 △추념사 △유족사연 △추모공연 순으로 이뤄졌으며, 사회는 한승훈, 이각경 아나운서가 맡았다.
❍애국가 제창은 베르디 국제성악콩쿠르 1위 등 많은 무대에서 활약한 바리톤 김동규 씨와 한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문화예술대상 팝페라 부분 수상자인 소프라노 한아름 씨가 선창했으며, 애국가 제창 시에는 4·3유적지 영상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염원 영상이 송출됐다.
❏이어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과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인사말에 이어졌다.
❍김창범 회장은 “4·3의 실체적 진실을 향한 처절한 투쟁으로 4·3특별법이 개정돼 희생자에 대한 4·3보상금 지급, 직권재심 청구로 인한 명예회복, 뒤틀린 가족관계도 폭넓게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4·3과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는 평화·인권공동체로 나아가는 따뜻한 국가를 간구한다”고 전했다.
❍오영훈 지사는 “이제 4·3은 낡은 이념의 시대의 종결을 알리고 사람 중심의 빛나는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며 “제주도정은 4·3의 세계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승하고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동백꽃이 치유와 사랑의 꽃망울을 활짝 틔우듯, 긴 어둠을 이겨낸 제주와 4·3이 지구촌 평화 번영을 위한 씨앗으로 뿌려져 다음 세대에 정의로운 미래를 안길 것”이라며 “제주가 열어나가는 사람 중심의 빛나는 미래를 4·3 영령님들과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주4·3 이후 역사를 되짚은 경과보고 영상을 통해 질곡의 세월을 지나 진상 규명,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원 등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성과를 공유하고, 특히 올해 3월 이름 없는 희생자들을 위한 위패봉안실 내 무명신위의 뜻을 기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4·3사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정부는 4·3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여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 마무리,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운영, 국제평화문화센터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섯 살에 부모를 모두 잃은 김옥자 어르신 사연을 배우 고두심 씨가 소개하고, 손녀 한은빈 학생의 편지 낭독에 이어 인공지능(AI) 기술로 김옥자 어르신의 아버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복원해 딸과 재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은빈 학생은 “홀로 남겨진 딸자식이 돼 어두운 그늘 속에서 제사를 지내야 하는 할머니가 세상 누구보다 애처로왔다”며 “무엇보다 할머니의 가장 큰 슬픔은 이제는 아버지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망각”이라고 할머니의 사연을 전했다.
❍이어 유족 증언을 바탕으로 수천장의 인물 사진을 참고해 인공지능(AI)기술로 복원하는 과정을 거쳐 김옥자 어르신의 아버지 고(故) 김병주 씨의 생전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복원해 이날 딸과 다시 만났다.
❍김옥자 어르신은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다섯 살이라는 나이만 잊어버리지 않아요. 이 사진이 아버지 얼굴 닮았나요. 아버지 얼굴이면 닮았다고 말 좀 해주세요”라며 깊은 그리움을 표했다.
❍ 딥페이스 기술을 활용한 영상으로 재현한 고 김병주 씨는 “옥자야 오래 기다렸지. 이리 와. 우리 딸 얼마나 컸는지 아빠가 한번 안아보게”라며 다정하게 말했다.
❍가수 인순이 씨는 ‘아버지’를 열창하며 유족을 위로하는 무대를 선사했으며, 고두심 씨는 “시렸던 겨울을 이겨낸 따뜻한 4·3의 봄바람이 우리 모두의 아픔을 보듬고, 희망의 씨앗이 널리 펼쳐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모공연으로 성악가 김동규 씨와 한아름 씨, 도란도란 합창단의 ‘바람의 노래’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 속에 이날 추념식이 마무리됐다.
❏그동안 제주도민은 한마음으로 제주4·3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왔다.
❍현재 4·3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 및 실질적 피해보상, 희생자와 사실상 자녀 간 가족관계 회복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이던 4·3특별법 일부개정에 따른 혼인신고·입양신고 특례도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영가천도 추모법회’와 ‘4·3희생자 무명신위 위패조형물 제막식’을 개최해 도민과 함께 이름을 알 수 없는 4·3사건 미신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4·3의 진상 규명 과정과 화해·상생의 노력을 담은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4·3기록물이 전 세계인의 기록으로 영구히 남을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