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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사제단을 소환하는 현실이 아프다

민주화의 고비마다 시국선언 침묵하는 시민의식 일깨워
윤성열 총장의 행태 비난...검찰개혁 강조 통렬한 반성 주문

기사입력 2020.12.08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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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규 광주취재본부장.jpg

    최남규 광주취재본부장

     

    오늘날 처럼 수준높은 자유와 민주화를 만끽하게 된 배경에는 수 많은 민주투사와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있었다.

    목숨 내놓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반독재 투쟁을 벌이고 투옥, 고문 등으로 얼룩진 비극을 감내했기에 가능한 거룩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주체 세력 가운데 한 축이 천주교 사제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민주화의 중대 고비때 마다 시국선언 등을 통해 투쟁의 최선봉에 나서 등불같은 역할을 했다.

     

    사제들의 선언은 잠들어 있던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기폭제로 작용하곤 했다.

    그런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 3951명이 또다시 시국과 관련한 선언을 하고 나섰다. 

    정부의 검찰개혁과 공수처법 설치를 놓고 검찰의 반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을 촉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7일 오전 대검찰청 정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수도자 3천951인 선언'을 발표했다.
    천주교 사제·수도자들은 이 선언에서 "검찰은 오늘 이 순간까지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참회하기 바란다, 오매불망 '검찰권 독립수호'를 외치는 그 심정을 아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럴 때마다 우리는 검찰이 권한을 남용하여 불러일으켰던 비통과 비극의 역사를 생생하게 떠올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을 주권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직분으로 거듭나는 천금 같은 기회로 받아들이고, 양심에 어긋나는 악습들을 과감하게 끊어버림으로써 새로이 출발하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티끌 같은 일도 사납게 따지면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검찰총장의 이중적 태도는 검찰의 고질적 악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천주교 사제·수도자들은 "특권층의 비리와 범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눈감아 주지만, 자신의 이해와 맞지 않으면 그 어떤 상대라도, 그것이 국민이 선출한 최고 권력이라도 거침없이 올가미를 들고 달려드는 통제 불능의 폭력성을 언제까지나 참아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

     

    잠잠히 고요하게 지내야 할 사제와 수도자들이 이렇게 나선 것은 숱한 희생과 헌신 끝에 이룩한 우리의 민주주의가 또다시 갈림길에 놓였기 때문이란다.

    민주화 세력으로의 정권교체 이후에는 좀체 보기 드문 현상임엔 틀림없다.

    더이상 종교가 시국현안에 대해 훈수두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종교에 대한 미안함이요 제대로 된 대접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은 천주교사제단의 목소리를 허투루 받아들여선 안 된다.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또다시 본다는 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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