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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의 의사자 판결을 환영한다

정부는 법원 판단의 의미를 깨달아야
유가족의 그동안의 고통도 헤아려야
행정의 적극적이고 유연한 사고 기대

기사입력 2020.09.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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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박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한 △직접적·적극적 행위를 하다 △사망한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의로운 일을 하다 사망한 사람을 일컫는다 할 것이다.

    우리는 이같이 뜻있는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우러르며 기리고 있다.

    따라서 의사자로 인정받기가 만만치 않다. 그만큼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안타까운 죽음을 목도하곤 한다.

    지난 2018년 흉기를 든 조현병 환자에게서 간호사들을 대피시키려다 흉기에 찔려 숨진 고 임세원 교수가 그런 부류의 한 사람이라 하겠다. 

    임 교수는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던 지난 2018년 12월, 흉기를 든 조현병 환자 박 씨를 피하던 중 간호사들에게 경고하려다 환자의 칼에 찔려 숨졌다.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박 씨는 진료가 끝난 오후 5시 30분쯤 칼을 휴대한 채 임 교수를 찾는다.

    박 씨는 진료실에서 칼을 꺼냈고, 임 교수는 진료실 문밖으로 뛰쳐나오며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치며 복도 반대편으로 몸을 피했다.
    이후 박 씨가 흉기를 들고 뛰쳐나와 간호사를 쫓자 임 교수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 간호사가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두 차례 뒤돌아보며 다른 간호사들에게 피하라는 손짓을 한다.
    임 교수가 멈춰선 것을 본 박 씨는 즉시 임 교수를 쫒아갔고, 임 교수는 결국 쫓아온 박씨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멈칫 거리지 않고 피신했다면 본인의 목숨은 부지하고도 남음이 있었건만 주변의 간호사들에게 위험을 알리려하다 무고한 목숨을 바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임 교수 가족들의 의사자 지정 신청을 외면했다.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 입장에서는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정부의 외면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의사자로 인정해야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4합의부는 10일 고 임 교수의 유족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자인정거부처분 취소소송 선고공판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의사자(義死者) 인정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고인은 가까운 곳에 쉽게 피신할 수 있는 다른 통로가 있었는데도, 간호사들과 다른 환자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긴 복도 쪽으로 피신하면서 대피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범인에게 추격 당해 피살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고인이 직접적∙적극적으로 간호사를 구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임 교수는 의사자로 인정받게 된다.

    일단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환영한다.

    임 교수 유가족의 그동안의 마음 고생에 대해서도 심심한 위로와 함께 뒤늦게나마 의사자로서 대우받게 됨을 더불어 반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의 경직된 행정적 사고를 질타하고자 한다. 물론 심사숙고한 결과라 하겠지만 일단 배타적 결과를 내놓고 보자는 식은 안 된다. 유가족이 슬픔 속에서도 재판까지 치러야 하는 아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으면 한다.

    만약 법원에서라도 판단받을 길이 없었다면 임 교수의 죽음은 무엇인가.

    행정의 좀 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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